모집 개요
home
지원 자격
home
🗂️

팀 ‘RE:MOVE’ 아카이브

🚗
저희는 팀 RE:MOVE입니다. 의성 어르신들의 이동 장벽을 제거(Remove)하고, 이동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다시 움직(Re-move)일 수 있게 만드는 팀입니다.
목차 열기

1장. 프롤로그 (Prologue)

1-1.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2025년 6월 26일 4명의 대학생이 의성에 도착했다. 지역 소멸 문제 해결, 소셜 분야 진로 탐색, 시골 삶 경험 등 각기 다른 목표와 관심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써니’로서 4명이 가지고 있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는데, 의성 어르신들의 ‘진짜’ 이동권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진짜 이동권 문제란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뻔하고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평생 도시에서 살아온 우리에게 ‘의성의 진짜 이동권 문제 찾기’는 맨땅에 헤딩하기나 다름없었다. ‘의성’, ‘어르신’, ‘이동권’ 중 무엇 하나 확실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어르신의 주 활동 시간대인 오전에 보건소, 우체국, 마트, 시장, 병원, 복지관 등 어르신이 계실 것 같은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돌아다녔다. 현장 속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어르신의 대화, 생활 모습, 의성만의 문화 모두 중요한 학습 자료가 되었다. 3주쯤 지나니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익숙해졌고, 낯설던 사투리에 귀가 트였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이방인 같던 도시 청년의 모습이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도동3리 마을회관 잡초 뽑기 봉사
그러나 여전히 의성의 어르신 이동권 문제가 무엇인진 알기 어려웠다. 처음 관심을 가졌던 행복버스, 행복택시나 이재민의 재난 후 이동권 같은 분야에선 우리가 예상했던 문제를 찾기 어려웠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침체기에 빠져있던 어느 날 의료용 전동스쿠터와 도로변 주차 문제에 관심 있던 한 팀원이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차체가 높지 않은 편인데, 도로변 주차로 운전자가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보지 못해 위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는 이 의문에 공감하며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대한 심층 리서치를 시작했다.
안전깃발이 부착된 의료용 전동스쿠터

1-2. 의료용 전동스쿠터와의 첫 만남

우리가 의료용 전동스쿠터의 존재를 처음 인식한 것은 7월 2일 의성노인복지관에 방문한 날이었다. 시골에서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복지관 앞에 마치 승용차처럼 줄지어 주차되어 있는 모습은 놀라웠다.
의료용 전동스쿠터가 의성에서 꽤 인기 있는 이동 수단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도 마을회관, 오일장, 읍내 인도와 차도 등에서 시도 때도 없이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마을 곳곳에 보이는 전동스쿠터
흥미로운 것은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이용하시는 어르신들께서 “예, 타는 게 좋아요. 그 얼마나 편리한지 몰라요.”, “딸보다도 낫고 아들보다도 낫고”, “그거 뭐 제일 쉬운 게 뭐 전동차인데, 뭐. 자전거는 못 타도 그거는 뭐 대번 되더라고.”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달리 의료용 전동스쿠터의 안전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서상우 어르신 심층 인터뷰 현장
그래서 우리는 승용차 운전자의 객관적인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 도동3리 노인회장이자 장애인협회에서 활동하셨던 서상우 어르신을 심층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도로변 주차뿐만 아니라 인도 적재물, 교육 부재, 중고 전동차 구매 등 의료용 전동스쿠터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아주 많다는 것이었다.
데스크 리서치 중 발견한 의성군의 뉴스 헤드라인

1-3. 진짜 문제를 발견하다

우리는 의료용 전동스쿠터의 안전성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 중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찾아야 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폭넓은 이해관계자 리스트업이었다.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의료기기점과 제조업체, 안전 문제와 교통 문제를 책임지는 경찰서, 파출소, 119, 그리고 차도에서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많이 목격했을 버스와 택시 기사님들, 사고가 나면 빠르게 현장에 도착하는 구난차 업체를 리스트업했다.
가장 먼저 찾아 나선 이해관계자는 안동 의료기기점 사장님들이었다. 의성엔 큰 규모의 의료기기점이 거의 없었고, 안동에서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구매하시는 어르신이 많았기 때문에 안동 의료기기점을 선택했다.
처음 방문한 ‘메디카’에서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르신들께 의료용 전동스쿠터 이용법을 교육할 때 특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냐고 여쭤보자 “레버를 잡으면 앞으로 가고, 놓으면 멈추는 방식인데 당황하거나 놀라시면 손을 안 놓으셔서 사고 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멈추려면 손을 꼭 놓으셔야 한다고 말씀드리죠.”라고 답하셨다.
실제 방문했던 안동시의 의료기기 판매점
의료기기 판매점 내 의료용 전동스쿠터
의료용 전동스쿠터 조작 방식
데스크리서치와 이전까지의 인터뷰에서 전혀 찾을 수 없던 문제였기 때문에 안동의 다른 4곳의 의료기기점에서 해당 문제가 발생하는지 여쭤보았다. 놀랍게도 처음 방문한 메디카를 포함해 5곳 중 4곳에서 같은 응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이 ‘진짜’ 문제의 실마리라고 생각한 우리는 이 문제를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이라고 정의 내리고 현장에서 오조작 문제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심각하게 발생하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1-4. 끝없는 인터뷰

우선 리스트업 해두었던 경찰서, 파출소, 119, 버스 기사님, 택시 기사님, 구난차 사장님을 인터뷰했지만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오조작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아무도 오조작 문제를 알지 못했다. 오조작 문제가 우리가 찾는 문제가 맞을지 불안해지기 시작했지만 답은 현장에 있다는 믿음으로 당사자 인터뷰를 시작했다.
2주간 10명가량을 인터뷰했을 땐 아직 문제가 모호해 보였다. 다음 3가지 이유로 인터뷰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먼저, 어르신과 우리의 사고에 대한 관점이 달랐다. 우리는 가벼운 충돌이나 낙상도 사고라고 생각한 반면, 어르신은 크게 다친 경우만 사고라고 생각하셨다.
또, 읍내에서 무작정 돌아다니는 방식으로는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많이 만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어르신이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가장 빠른 속도로 타고 다니셨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쫓아가야만 간신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르신의 사투리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간단한 일상 대화를 나눌 땐 문제없었지만 구체적인 사고 정황을 파악할 땐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다음 2주 간은 새로운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고 나신 적 있으세요?” 대신 “어디 부딪친 적 있으세요? 위험하다고 느낀 적 있으세요? 나도 모르게 레버를 꽉 잡은 적 있으세요?”로 질문의 방식을 바꿨다. 그러자 이전엔 사고 난 적 없다며 손사래를 치던 어르신들께서 생생한 사고 이야기를 전해주기 시작하셨다.
또, 무작정 읍내를 돌아다니며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쫓는 대신 마을회관, 노인복지관 등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곳에 방문해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어르신을 찾았다. 의료용 전동스쿠터 이용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면 지역에도 두 명씩 지역을 나누어 인터뷰를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 사투리에 능한 대구 출신 팀원이 나머지 팀원과 돌아가며 짝을 맺어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 도움을 주고, 팀원들이 모르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1-5. 당사자의 목소리가 알려준 것

각고의 노력 끝에 의료용 전동스쿠터 이용자 49명의 소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의성의 뜨거운 여름 날씨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어려웠고, 우리를 의료용 전동스쿠터 판매원으로 오해하시는 일도 적지 않게 있었다. 또, 손주처럼 다정히 대해주시는 분이 대부분이었지만 낯선 이에 대한 경계 어린 시선도 종종 마주쳐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어르신 인터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당사자만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용 전동스쿠터가 어르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타고 어디에 가시는지, 불편한 점이 있는지, 이용 중 어쩌다 사고가 나셨는지, 사고가 나셨는데도 계속 타시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어르신들만이 알려주실 수 있었다. 문제를 수치로 정의 내리고 제멋대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했다. 이런 마음으로 모은 49명의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이동과 삶을 말하는 목소리였다. 이 소중한 목소리들은 우리가 진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었으며, 무엇보다 우리가 5개월이라는 긴 여정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주었다.

2장. 우리가 찾아낸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

우리 팀은 3주 동안 의성의 마을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의료용 전동스쿠터와 얽힌 어르신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한 기록을 이어나갔다. 그 3주라는 시간은 우리 팀이 직접 발로 뛰며 어르신들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여정이었다.
🗓️ 인터뷰 시기: 2025년 7월 21일 ~ 2025년 8월 8일
👥 인터뷰 대상: 의료용 전동스쿠터 이용 어르신 49명
📍인터뷰 지역: 의성군 의성읍, 안계면, 금성면, 가음면, 춘산면, 봉양면, 사곡면
팀 RE:MOVE(리무브)가 다녔던 의성 지역 지도
우리 팀은 2025년 7월 21일부터 8월 8일까지 약 3주간 의성군 의성읍을 비롯하여 안계면, 금성면, 가음면 등 의성의 주요 읍면을 직접 방문하여 총 49명의 의료용 전동스쿠터 이용 어르신을 만났다
노인복지관에 가시는 어르신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모습
어르신 지도하에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직접 타보는 모습
단순히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에 대해서만 묻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전동스쿠터 교육 및 기존 면허 여부, 전동스쿠터 경력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자 했다. 이러한 수많은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우리 팀은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질문할지 미리 정하고, 들은 내용을 빠짐없이 담아낼 수 있도록 ‘전동스쿠터 사고 조사서’를 만들어서 활용하였다.
직접 제작한 의료용 전동스쿠터 사고조사서
의료용 전동스쿠터 사고 사례 정리 (엑셀)
이렇게 열심히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정량적 데이터와 생생한 육성을 바탕으로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2-1. 어르신들에게 의료용 전동스쿠터의 의미

1️⃣ 성별 및 거주지 분포 현황

먼저 49명의 어르신의 성별 분포를 살펴보면, 49명 중 여성이 40명으로 81.6%의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남성은 9명으로 18.4%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별 분포를 보았을 때, 의료용 전동스쿠터가 여성 노년층의 생활 편의를 위한 이동 수단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어르신들의 거주지 분포를 보면 의성 면 지역 거주자가 30명으로, 전체의 61.2%를 차지해 의성읍 지역(38.8%)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경상북도 의성군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의성군은 면적이 넓고 마을이 흩어져 있어, 병원, 시장, 관공서 등의 주요 편의시설이 밀집되어 있지 않다. 더군다나 도시와 다르게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아 특별한 이동 수단 없이는 이동이 힘들다.
이러한 환경에서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있으면 좋은’ 보조 이동 수단이 아니다. 이는 어르신들이 병원을 가고, 장을 보기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필수적인 발’이다. 걸어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거리를 이동하고,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게 해주는 이동 수단이다. 이렇듯 의성군의 지역적 특성상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2️⃣ 기존 면허 유무 및 기존 이동수단 여부

다음으로, 어르신들의 의료용 전동스쿠터 이전 이동 수단에 주목했다.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타기 전에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현재의 전동스쿠터 조작 방식이나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전체 49명 중 77.6%에 달하는 38명이 자동차, 오토바이 등과 같은 운전면허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보행자의 발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차량’이 아닌 ‘보행자’로 분류된다. 이에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탈 때 별다른 면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면허가 없는 어르신들에게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생애 첫 번째 이동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 자가용을 포함하여 오토바이나 자전거조차 운전해 본 경험이 없는 분들도 계셨다. 우리가 인터뷰한 49명의 어르신 중 약 34%의 어르신들께서는 이전에 이동 수단 경험 없이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첫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3️⃣ 전동스쿠터 경력

이어서 의료용 전동스쿠터 운전 경력을 분석한 결과, 48명 중(응답자 49명 중 48명 응답) 1년 미만의 초기 이용자는 2명(4.2%)으로 비교적 적었다. 반면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집단은 1년~5년 미만(17명, 35.4%)였으며 5년~10년 미만(16명, 33.3%), 10년 이상(13명, 27.1%)의 장기 이용자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는 의료용 전동스쿠터가 한두 번의 필요를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 이상 함께하는 장기적인 이동 수단임을 나타낸다. 이처럼 높은 장기 이용률은 의료용 전동스쿠터가 어르신들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2. 수면 위로 드러난 위험 :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의 실체와 특징

1️⃣ 의료용 전동스쿠터 사고 중 오조작 사고 비중

49명의 어르신 중 의료용 전동스쿠터 사고 경험이 있다고 말씀해 주신 전체 22건의 사례 중에서 절반이 넘는 12건이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였다. 이 수치를 보며 의료기기 판매점 사장님의 말씀으로 시작됐던 문제가 더욱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12건이라는 큰 수치는 현장에서 지적했던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이라는 문제가 몇몇의 특이한 사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팀이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으며, 이미 꽤 많은 수의 어르신들이 이미 겪고 계셨던, 분명히 존재하는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2️⃣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행위와 실제 사고의 연결성

또한, 인터뷰 데이터를 쌓으면서 ‘오조작 행위’와 ‘오조작 사고’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었다.
오조작 행위: 멈춰야 하는 상황에서 엑셀을 꽉 쥐는 것
오조작 사고: 오조작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인터뷰 결과,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타면서 오조작 행위를 경험하셨던 것은 총 16건이었다. 그중 12건이 오조작 사고로 연결되었다. 모든 오조작 행위가 오조작 사고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오조작 행위가 오조작 사고로 이어졌다.
이는 75%의 확률로 단순히 아찔한 실수나 운이 좋게 가까스로 피한 상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신체적 상해나 기기 파손과 같은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오조작 행위는 그 자체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신호이자, 어르신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즉각적인 위험이다. 자칫 전동스쿠터의 엑셀을 꽉 잡으면 높은 확률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어르신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3️⃣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 시기 및 유형별 특징

어르신들이 실제로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타시면서 오조작을 경험하신다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여러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르신들의 생생한 사고 경험 안에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사고 양상이 드러났다. 그래서 이러한 세부적인 특징을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 사고 장소

*총 12건 오조작 사고 장소 분석 / 하얀색은 확인 불가(2건)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는 주로 집, 시장, 농로와 같이 생활 근린 시설에서 주로 일어났다. 12건의 사고 중 집, 시장, 농로가 각각 3건으로,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일상생활 공간에서 사고가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농로나 집과 같이 좁은 길목이나 마당 등은 어르신들에게 위험한 환경일 수 있다. 폭이 좁기 때문에 엑셀을 잠깐만 빠르게 잡아도 바로 벽이나 구조물에 부딪히기 쉽다.
H 어르신, 80대
“내는 시골 살아가 맨날 농로로 댕기지. 근데 농로라 좁아. 정신머리 놓고 있다가 냅다 들이박아삣다(들이박아버렸다)”
또한, 시장처럼 사람이 많고 복잡하여 주의가 쉽게 분산되는 환경 역시 오조작을 유발하는 주요 장소이다. 노화로 인해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여러 자극을 동시에 처리하기 어려워 주의가 쉽게 분산되고, 이로 인해 사람이나 시장 좌판이 있어 멈춰야 되는 상황에서 엑셀 레버를 놓지 못하고 꽉 쥐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D 어르신, 83세
“장에 사람이 많으니까 정신머리가 하나도 없어가 멈춘다카는걸(멈춘다고 하는 것을) 그냥 꽉 쥐아삣어(쥐어버렸다). 그래가꼬 좌판 다 밀어삣다(밀어버렸다)”
이처럼 어르신들은 특별한 상황 속에서 오조작 행위를 하여 오조작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빈번히 사고가 일어나고 있었다.

🗓️ 사고 시기

*총 12건 오조작 사고 / 하얀색은 확인 불가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가 일어나는 장소를 살펴본 것에 이어서 사고 시기에 관해 분석해 보았다. 우리 팀은 사고가 운전이 미숙한 초기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12건의 오조작 사고 중 초기 사고는 4건이었으며, 오히려 1년 이상 운전한 중장기에 발생한 사고가 5건으로 더 많았다. 이는 의료용 전동스쿠터 이용 경력이 꽤 쌓인 이후에도 오조작 사고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탄 지 5년 차에 사고를 겪으신 어르신도 계셨다.
E 어르신, 88세, 운전 경력 5년차에 사고 발생
“여 집 앞 삽작거리에서 뭐 갑작시레 깜짝 놀라가꼬(놀라서) 헷갈리가꼬(헷갈려서) 놔야 되는데 꽉 쥐아삣어(쥐어버렸다).”
조작 방식에 익숙해진 이후에도 적지 않은 비율로 오조작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오조작이 단순히 ‘조작 미숙’에 의해서 일어나는 사고만이 아님을 나타낸다. 돌발 상황이 아님에도 순간적으로 헷갈려서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오조작 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C 어르신, 82세, 운전 경력 10년차에 사고 발생
“논두렁 가에 세울라캤는데(세우려고 했는데) 그냥 꽉 쥐어가꼬(쥐어서) 논에 팍 빠져삣어(빠져버렸다). 왜 그랬는가 몰라..”
이처럼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5년 이상 타신 어르신들께도 오조작 사고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작 미숙보다는 노화로 인한 신체 및 인지 능력의 변화가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사고 유형

*총 12건 오조작 사고 / 하얀색은 확인 불가
그리고 이 오조작 사고들이 어떠한 유형으로 나타나는지도 살펴보았다. 12건의 사고 중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나타났던 것은 구조물과의 충돌사고였다. 이는 어르신들의 순간적인 오조작 행위가 벽, 장애물 등 구조물과의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고의 규모는 다양했지만, 어르신들의 일상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I 어르신, 81세
“집에 다 와가(다 와서) 세울라다가 꽉 잡아삐는(잡아버리는) 바람에.. 냅다 들이박아삐서(들이박아버려서) (전동스쿠터) 앞이 좀 뿌사짓어(부셔졌다)”
K 어르신, 84세
“후진 하다가 멈춰야 되는데 꽉 잡아삐서(잡아버려서) 마늘가게 기둥에 박았다”
이처럼 작게는 전동스쿠터가 파손되거나 가게 및 시장 구조물을 파손시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뿐만 아니라 오조작 사고로 인해 큰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다.
C 어르신, 82세
“박아뿌고(박고나서) 인나서(일어나서) 회관에 가가(가서) 밥도 먹고 다 했어. 그러고 병원 갔더만 뼈가 부러졌다카네(부러졌다고 하네). 의사가 왜 인자(이제) 왔냐고 해서 119 타고 안동까지 실려 갔지”
더 나아가, 오조작이 단독 사고를 넘어 대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어르신 당사자 본인 상해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상해를 입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B 어르신, 80대
“장에서 꽉 잡아삐서(잡아버려서) 사람한테 박아삣다(박아버렸다). 발도 낑기고.. 합의금 물어줬어”

2-3. 현장에서 찾은 문제의 원인 : 노화를 고려하지 못한 의료용 전동스쿠터 설계

현장에 깊이 들어가서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으며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기기점 사장님들이 언급하셨던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는 단순 추측이 아니라 많은 어르신들께서 크고 작은 사고로 경험하고 있는 ‘문제’였다.
사고의 표면적인 원인은 다양했다. ‘주의가 분산되어서’, ‘순간 놀라서’, 혹은 ‘헷갈려서’ 등 상황은 다양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말씀을 통해 이를 관통하는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어르신들께서는 ‘정신머리가 없어서’, ‘정신머리 있는 사람만 전동스쿠터 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노화로부터 시작된 인지능력 및 신체 능력의 저하로 인해 오조작 행위가 발생해 크고 작은 오조작 사고로 이어지게끔 만들었다. 인간에게 노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정작 어르신들의 필수적인 발이 되어주어야 할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노화를 고려하지 못한 설계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간극이 바로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사고의 빈틈이 되었다.
따라서 의료용 전동스쿠터가 어르신들의 ‘필수적인 발’이자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이 타게 될 이동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제는 어르신들의 이러한 노화를 고려한 안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3장. 솔루션 개발과 실험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직접 3D 프린터로 출력한 모습
앞선 정의를 통해 드러난 문제, ‘의료용 전동스쿠터의 브레이크 오조작’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르신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부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어르신들의 노화를 고려하는 방향의 안전장치를 설계해 보기로 했다. 기계공학적 배경이 없는 팀 구성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어르신들의 안전을 지키자’는 목적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실험하며 개발을 진행하였다.
✔️ 목표 :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설계
✔️ 설계 기준
1) 실제로 오조작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가
2) 기존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적용 가능한가
다음과 같이 목표와 설계 기준을 가지고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했다. 안전장치 설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오조작 행위가 발생한 상황에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지였다. 그리고 기존에 전동스쿠터를 가지고 있는 분들께도 솔루션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전동스쿠터에 부착할 수 있는 형태의 안전장치를 설계하고자 했다.
특히 의성의 어르신들께서 많이 사용하시는 ‘케어라인의 나드리’ 제품을 중심으로 개발해 보고자 했고, 서울의 노원구와 관악구 전동보장구 연습장에서 해당 제품을 직접 타보고 조작부 부분의 치수를 재며 솔루션 단계를 진행했다.
케어라인 나드리 100
케어라인 나드리 500

3-1. 첫 번째 시도: 안심손

1️⃣ 이중 자극을 주는 방식의 솔루션, 안심손

가장 먼저 개발한 솔루션은 ‘안심손’이다. 안심손은 사용자가 엑셀 레버를 끝까지 잡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서 오조작 사고가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의료용 전동스쿠터의 조작부에 안심손 장치를 단 사진으로, 운전 방식을 보다 상세히 설명하겠다.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오른쪽 초록색 레버를 당기면 앞으로 가고, 왼쪽을 당기면 뒤로 간다. 초록색 레버에서 손을 놓고 아무 동작을 하지 않으면 멈추는 구조이다.
안심손은 운전자가 엑셀을 끝까지 잡았을 때, 핸들과 연결된 하얀색 장치가 턱 걸리며 손끝에 이중 자극을 주는 구조로, 이중 자극이 왔을 때 오조작이었다면 반사적으로 손을 놓게 돕는다.

2️⃣ 안심손을 만들기 위해 3D프린터를 사용하다

우리는 안심손을 만들기 위해 3D프린터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노원구 전동보장구연습장을 찾아 실제 전동스쿠터의 치수를 측정하고, 3D프린터를 이용해 본 사람이 없었기에 의왕시 메이커스페이스에서 3D프린팅 교육을 받았다. 이후 3D프린팅 프로그램으로 안심손의 프로토타입을 설계했다.
안심손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구현한 후, 관악구 전동보장구연습장에서 해당 프로토타입을 직접 부착하여 규격과 구조를 점검하였다. 이후 개선 사항을 반영하여 의성 G타운 메이커스페이스에서 2차 프로토타입을 구현했다.

3️⃣ 안심손의 실패와 배움

2차 프로토타입으로 의성 도동3리 마을회관 앞에서 당사자 오조작 유도 상황 실험 및 안심손 이용 실험을 진행했다.
어르신들의 오조작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했던 MVP 테스트 코스
자체 테스트 진행 모습
먼저, 실험을 위해 놀라거나 당황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여 오조작 발생 상황을 인위적으로 설계하고자 하였다. 팀 내에서 자체 테스트를 거쳐 어르신들 상대로 오조작 상황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이후 어르신들의 전동스쿠터에 안심손을 달아 안심손이 오조작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다.
MVP 테스트 진행 영상(코스 주행 중 오조작 및 조작 방법 확인)
도동3리 MVP 테스트 안내 및 준비 모습
도동3리 MVP 테스트 주행 모습
실험 결과, 안심손의 촉각 자극이 예상보다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고, 어르신들께서 스스로 자극을 인지하여 손을 놓는 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안심손을 달면 후진할 수 없어지는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어 안심손 개발을 중단하였다.
더불어, 인위적인 상황 연출을 통해 오조작을 유도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장치 테스트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도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3-2. 두 번째 시도: 스마트레버지킴이

1️⃣ 차체가 스스로 오조작을 감지해 대응하는 ‘스마트레버지킴이’

우리는 안심손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스스로 오조작을 인지하는 방식보다, 차체가 스스로 오조작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자동제어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동제어가 새로운 의료용 전동스쿠터가 아닌 기존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적용될 수 있을지 알아보던 중, 자동차 오조작 방지시스템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고령자가 많은 일본에서는 기존 자동차에 부착하는 방식의 오조작 방지 장치가 성행하고 있으며, 국내의 모빌리티 관련 회사에서도 애프터마켓 방식의 오조작 방지 장치를 개발하여 임시 시행 중이었다.
기존 유사 솔루션 사례
따라서 우리는 자동차의 오조작 방지 시스템을 참고해,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부착할 수 있는 ‘스마트레버지킴이’를 구상했다. 이 장치는 엑셀이 0.7초 이내에 100% 가동될 경우, 전원을 차단해 즉시 정지하도록 하는 전기적 제어장치이다.

2️⃣ 스마트레버지킴이를 구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

우리는 먼저 자동차 안전장치 관련 기업과 기계공학 교수님께 연락하여 자동차 오조작 방지 시스템을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기업과 교수님의 답변을 받는 데 한계가 있어 우리는 좀 더 접근하기 쉬운 기계공학과 학부생들에게 해당 시스템이 구현 가능한지 인터뷰하면서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받을 수 있었다.
장치 개발의 가능성을 발견한 후, 자동차 오조작 방지 장치 원리를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감도와 수치를 재설정하고자 하였다.
기존 ‘자동차 오조작’에 대한 정의는 0.25초 만에 엑셀을 100% 밟는 것으로, 이 수치를 전동스쿠터에 바로 적용하기보다 속도와 엑셀 쥐는 압력을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의료기 판매점에서 의료용 전동스쿠터의 조작부를 구매하여 의성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엑셀 쥐는 속도 실험’을 진행하였다.
✔️
목적: 사용자가 레버를 잡을 때 전압 변화 패턴을 분석해, ‘급가속(오조작)’인지
‘정상 조작’인지를 판단하는 실험용 코드
작동 방식
•
아두이노의 아날로그 입력(A0)으로 레버의 전압을 읽는다.
•
연속 측정값의 변화량으로 속도(vel) 계산.
•
일정 임계속도 이상으로 급상승하면 오조작으로 판단.
•
시리얼 모니터에 모든 중간값을 데이터 로그로 출력.
엑셀 쥐는 속도 실험 현장
엑셀 쥐는 속도 실험 현장
데이터 수집 결과
이를 통해 전동스쿠터 이용자의 실제 입력 데이터를 수집했고, 아래와 같이 의료용 전동스쿠터에 맞는 감도 기준과 반응 임곗값을 새롭게 설정했다.
🦾
<자동차 오조작>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
0.25초 만에 100% 엑셀 가동 ⇒ 0.7초 만에 100% 엑셀 가동
또한 기업과의 연계가 어렵다면, 우리가 간단한 방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아두이노(전기회로)를 활용해 구현해 보고자 했다. 의료용 전동스쿠터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먼저 알아보고자 의성과 그 주변 지역에 있는 의료기 수리점에 방문해 설명을 들었고,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직접 구매하여 운전 방식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했다.
의료용 전동스쿠터 탐구 과정
이후 의왕시 메이커스페이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두이노 회로를 활용한 전기적 제어 로직을 설계할 수 있었다. 해당 로직은 일정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올라가는 신호를 감지하면 전원을 자동 차단하도록 설계되었다.
제어 로직 설계 과정
아두이노 제어 로직 살펴보기

3️⃣ 스마트레버지킴이 구현의 장벽

하지만 전기회로를 차체 내부에 직접 연결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상, 식약처 인증 및 안전기준 승인 절차라는 제도적 장벽이 존재했다. 또한 움직이던 전동차가 바로 멈추게 되었을 때 타던 사람이 반동으로 튕겨 나갈 수 있는 등 안전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도 존재했기에 우리만의 노력으로 안전하게 제동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단기간 내 제도적 기술적 장벽을 모두 넘어 현장에 바로 적용하는 솔루션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3-3. 세 번째 시도: 골든타임 가드

1️⃣ 내부 개조가 필요하지 않은 솔루션, ‘골든타임 가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골든타임 가드’를 만들었다. ‘골든타임 가드’는 전기적 개조 없이 오조작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치로, 레버가 60% 이상 당겨질 때부터 기존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하게 설계함으로써 오조작 시 천천히 가속되게 한다. 골든타임 가드를 통해 급가속을 지연시켜 사고 발생 시점을 늦추고 사고 규모를 줄일 수 있으며 오조작 행위 감소까지 기대할 수 있다 .
의료용 전동스쿠터 내부 개조가 필요하지 않은 새로운 솔루션 장치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엑셀을 끝까지 쥐는 걸 기존보다 어렵게 만들어보면 어떨지 생각했다. 이는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직접 타본 이후 생각하기 시작한 아이디어인데, 엑셀 레버가 지나치게 헐겁게 만들어져서 손가락 힘으로도 끝까지 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골든타임 가드’를 만들기 위한 두번의 시행착오

골든타임 가드 1차 프로토타입
용수철을 몸 바깥쪽 핸들과 레버 사이에 연결해, 레버를 60% 이상 당겼을 때부터 용수철의 인장 저항으로 레버가 기존보다 뻑뻑하게 당겨지는 골든타임 가드를 구현해 보았다.
이후 관악구 전동보장구연습장에서 교육받으시는 분들께 골든타임 가드에 대한 의견을 여쭈었는데, 끈이 고정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용수철을 당겼을 때 저항이 생기는 방식으로, 사용하다 보면 용수철이 늘어나고 변형된다는 단점이 있어 문제점을 개선한 2차 프로토타입을 개발하였다
골든타임 가드 1차 프로토타입
골든타임 가드 2차 프로토타입
2차 프로토타입은 용수철을 몸쪽 핸들에 달아 스프링이 압축될 때의 저항을 이용해 레버를 끝까지 쥘 때 더 많은 힘이 필요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한 2차 골든타임 가드로 의료용 전동스쿠터 자체 주행 실험을 진행해 보았다.
그 결과, 대처 가능 시간(오조작 행위 발생 장소부터 위험 장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약 15% 늘려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골든타임 가드 2차 프로토타입
당사자 테스트 결과
골든타임 가드를 부착하지 않았을 때 오조작 행위 발생 장소부터 위험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 5.77초
골든타임 가드를 부착했을 때 오조작 행위 발생 장소부터 위험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 6.66초
자체 실험 후 의성에 내려가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타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당사자 테스트도 진행해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다섯 분 중 네 분께서 심리적으로 안심된다는 등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옥자 어르신
“ 놔야 멈추는데, 잡고 있어서 사고 날 때 있지. 이거 있으면 확실히 도움 될 것 같아.”
특히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가진 보호자를 네 분을 대상으로 해당 제품에 대해 의견도 조사했는데, 세 분께서 필요할 것 같다는 긍정적 답변을 주셨다.
몇몇 어르신을 대상으로 1주일 정도의 장기 사용 테스트도 진행했는데, 오조작 사고는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평상시에 빨리 달릴 때 방해가 된다는 부정적 의견도 받았다.
사용자 테스트 현장

3️⃣ 골든타임 가드의 개선 방향을 찾다

평상시 사용과 오조작 상황을 분리하여 오조작 상황에서만 해당 장치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러 전문가분들을 만나며 더 자세한 의견을 들어보고자 하였다.
기업,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전문가를 컨택하고 만나 뵙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어떤 전문가를 만나야 우리 문제와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러던 중, 유튜브 ‘대충라이프’라는 채널을 발견했는데, 농촌 생활 속 손으로 무언갈 직접 만드는 것을 컨텐츠 삼아 채널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중 의료용 전동스쿠터를 포함하여 여러 농촌의 기계들을 다루고 만지는 것을 보고 컨택을 시도했다. 흔쾌히 우리 연락을 받아주셔서 서울의 한 스터디룸에서 만나 뵐 수 있었는데, LG전자 연구위원으로 계시며 취미생활로 유튜브 ‘대충라이프’를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유튜버 대충라이프(LG전자 연구원)님과 인터뷰 현장
전문가 인터뷰 현장
인터뷰 결과,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기계 부품인 댐퍼(damper)를 활용하면 천천히 당길 땐 기존 조작과 동일하고, 빠르게 당길 때만 저항이 커지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조언을 주셨다.
이후 기아자동차 관계자분께 댐퍼와 관련하여 해당 부분에 대해 여쭈어봤는데, 자동차 속 들어가는 부품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
이러한 새로운 부품을 사용한 골든타임가드는 사용자의 평상시 이용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급격한 오조작 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균형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3-4. 향후 계획

우리는 단기적으로는 골든타임 가드 구조 개선 및 현장 보급, 장기적으로는 제도적 승인을 통한 스마트레버지킴이의 의료용 전동스쿠터 표준 장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 팀은 <Sunny Scholar in 의성>의 4개월 기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으로 골든타임 가드와 스마트레버지킴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힘써왔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기계장치 개발이 아닌, “현장과 제도의 사이에서 가능한 안전을 찾아가는 실험”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힘만으로는 의료용 전동스쿠터 오조작에 대한 안전장치 솔루션을 완성하긴 무리였다. 우리 사회가 노인, 그리고 그들의 모빌리티를 조금 더 세심히 들여다보고 그에 대해 개선 의지를 가질 때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의료용 전동스쿠터가 보다 안전한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술적·사회적 해법을 모색해 가야 할 것이다.

4. 에필로그(Epilogue)

우리는 정말 많은 시도를 했다.
3D프린터의 설계도 위에서, 마을회관의 불빛 아래에서,
실패와 수정, 또 실패를 반복하며 안심손, 스마트레버지킴이, 골든타임 가드를 만들어 갔다.
우리가 만든 솔루션은 자주 말을 듣지 않았고, 제도는 우리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시도 끝에 남은 것은 ‘완벽한 기술’이 아니라, 작게나마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며칠만 써보시라 말씀드렸던 장치.
그런데 몇 주가 지나 다시 전화를 드렸을 때,
한 어르신은 여전히 그 프로토타입을 달고 계셨다.
“이거 있으니까 손이 덜 나가.”
그 한마디는 기술의 성과가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 장치는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위험하게 만들었고,
그 하루의 변화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시도도 가능하구나’라는 믿음을 남겼다.
기술은 그렇게 조용히 사람 사이를 건너며, 사회의 속도를 바꿔 놓고 있었다.
우리가 만든 건 하나의 장치가 아니라, 지역과 세대, 제도 사이를 잇는 가능성의 증거였다.
완벽한 해답은 아직 없지만,
이 작은 시도가 언젠가 더 안전한 사회로 번져갈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이 연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였다.

4-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

4-2. 지역소멸과 초고령화, 그곳에 사는 사람들

4-3. 우리는 왜 그리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나

4-4. 당신과 의료용 전동스쿠터

“우리는 그들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의료용 전동스쿠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다리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 다리는 여전히 위험했다. 우리가 개발한 여러 장치와 실험들은 작은 출발이었다. 기술적 보완은 가능했지만, 진정한 해결은 사회적 공감에서 시작되어야 했다.
연구가 끝난 지금, 남은 것은 수치나 그래프가 아니다. 현장에서 들었던 목소리, 그들의 두려움과 바람, 그리고 우리의 무력감이었다. 그 감정들이 이 연구의 연료였고, 다음 단계로 이어질 이유였다. 우리는 한계를 인정했다. 프로토타입은 완벽하지 않았고,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실패 속에서도 방향은 분명했다. ‘안심’이라는 감정의 기술화. 기술은 차갑지만, 그 안에 따뜻함을 담을 수 있다면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다.
후속 연구의 방향은 명확하다. 전동스쿠터의 안전을 넘어, 노인의 이동권과 존엄을 보장하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다.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제도·교육·디자인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연구자가 아닌 시민으로서, 사용자와 함께 설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의성에서 보았던 느린 속도, 따뜻한 시선, 그리고 우리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그들을 그저 ‘돕는 사람’으로 남기보다, 그들의 삶 옆에서 함께 걷는 동행자로 남고자 한다.
결국 이 연구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기술보다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기술은 결코 진보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만든 것은 장치가 아니라 ‘이해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이해가 언젠가 또 다른 지역, 또 다른 세대의 안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Fin.

도움을 주신 분들

📸 팀 ‘RE:MOVE’를 소개합니다!

Copyright ⓒ 2025 Sunny On-site All rights reserved.